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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책] 산책과 연애 / 유진목

by summer_m 2021. 1. 7.

산책과 연애

저자 : 유진목

출판 : 시간의흐름

출간 : 2020년 9월 15일

 

목차

1. 인간

2. 자연

 

저자소개

1981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2015년까지 영화 현장에 있으면서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일곱 작품에 참여하였고, 1인 프로덕션 '목년사'에서 단편 극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있다. 2016년 시집 [연애와 책]이 출간된 뒤로는 글 쓰는 일로 원고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17년 산문집 [디스옥타비아], 2018년 시집 [식물원]을 썼다. 부산 영도에서 서점 '손목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p.10

유심히 살펴 걷지 않으면 금방 길을 잃을 단어들이 이 책에는 많이 있다. 나는 단어들을 여기저기 나열하고 그 문장을 따라 여러 번 걸었다. 그러면서 나 말고 다른 사람도 한 번쯤은 걸어봐도 좋을 길을 만들었다. 걸음 하나에 단어 하나를 놓으며 뒤에 올 사람에게 표식을 남겼다. 곰곰이 걷는 길에 우리가 어느 문장에서 마주칠 수 있기를.

 

p.56

자기모순을 발견하지 못한 자기는 서서히 혹은 빠르게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다. 나는 무슨 수를 써도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신을 사랑하는 엄마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와 궁핍한 생활이 너무나도 분명해 살아 있는 것이 싫기만 했다. 몇 번인가 나는 죽으려고 햇는데 그것이 삶이 보잘것없어서였다. 삶이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p.91

사는 동안에 단 한번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매일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행복하게 죽고 싶다. 행복하게 죽고 싶어서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더 이상 살아가지 않기로 숙고하여 신념을 가지고 결정했을 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지 매일 상상한다. 지금 당장 나에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방편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텐데. 안심하고 살아갈 텐데. 매일 다른 내일을 만들 텐데. 매일 다른 용기를 가질텐데. 매일 다른 사랑을 낳을텐데.

 

p.101

시간에 맞춰 개를 산책시켜주는 사람이 있듯이, 매일 같은 시간에, 특별히 산책을 할 수 없는 날씨가 아닌 이상, 한결같이 집에 방문하여 나를 산책시켜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는 미래에서 나의 상상 속에 도착하는 사람. 내게 못된 말을 하지 않고, 내 몸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가끔씩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 어제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사람. 산책에서 돌아오면 나를 창가에 앉혀주고, 내일 봐요, 하고서 떠나는 사람. 나는 창가에서 내일의 산책을 기다리는 사람.

 

1장 인간과 2장 자연으로 구성된 산책과 연애. 처음 작가의 연애 이야기를 보며 아니 뭐 이렇게 사이다스럽나 하며 혼자 박장대소해 옆 사람의 시선을 느껴야했는데 자연 부분을 읽으면서는 좀 심오해졌달까? 나는 사실 죽음에 대해서 별 생각 없이 살아온 사람 중 하나라 작가의 이야기가 조금 낯설었다. 글을 읽으면서 죽음과 자연, 사랑과 인간 그리고 삶에 있어서 나는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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